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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 (42) 풍게나무가 품어준 나비들

입력 : 2017-11-01 11:50:00
수정 : 0000-00-00 00:00:00

 
풍게나무가 품어준 나비들

숲해설가 : 정덕현



 

풍게나무를 아시나요? 저는 풍게나무를 사랑합니다. 나의 꿈은 산자락 아래 소박한 집을 짓고 맘껏 흐트러진 나비정원을 만드는 것입니다. 나비들과 함께 살려면  그네들이 먹을 수 있는 유기농 먹거리를 마련해야겠지요. 그 중 단연코 우선적으로 준비하고 싶은 것은 바로 풍게나무를 몇 그루 심는 것입니다.  풍게나무라는 이름은 꽃모양이 ‘풍게’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풍게는 장대 끝에 끈으로 돌을 매달아 휙휙 돌리다가 던지는 투석기구의 일종입니다. 그런데 중국어 한자이름에는 ‘벌레 충(蟲)’을 의미하는 글자가 들어 있습니다. 옛 사람들도 벌레들이 좋아하는 나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게지요. 그러니 곤충을 좋아하는 저는 풍게나무를 좋아할 수밖에요. 그 중에서도 내가 특히 좋아하는 나비들 다섯 종류를 소개해보려 합니다.

 


왕오색나비 애벌레들입니다. 연한 부분만 골라서 사이좋게 잘도 나눠 먹었습니다. 많이 먹어서 몸이 뚱뚱해지면 허물을 벗고 큰옷으로 갈아입습니다. 이렇게 부지런히 먹어둬야 잎이 없는 긴 겨울을 날 수 있는 것입니다.

 


올해 6월에 수목원에서 만난 왕오색나비입니다. 풍게나무 잎을 먹던 어린 애벌레들이 겨울을 지나 번데기 과정을 거쳐 이렇게 멋진 나비로 태어났습니다. 나비들은 애벌레 때와 성충의 먹이 식물이 다릅니다. 어른이 되어서는 풍게나무 잎을 먹지 않고 참나무 진이나 동물의 배설물 등을 먹습니다. 사진 속 왕오색나비는 내 손에 난 땀에 들어 있는 미네랄 성분을 먹는 것 같습니다. 이 한 순간을 누리기 위해 땡볕 아래서 이 녀석을 엄청 쫒아 다니며 귀찮게 했습니다. “널 해치지 않는다고 속삭이면서 말입니다.

  

 


점알락나비 애벌레와 어른나비입니다. 애벌레 때는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누가 누구인지 알아보기가 힘듭니다. 얼핏 보면 모두 같아 보이지만 분명 서로 다른 모습들입니다. 사람도 다른 종들이 보면 모두 같아 보일 테지만 우리들 저마다는 오직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들인 것처럼요. 나비들 세상에도 사람들 세상처럼 좀 더 마음이 가고 사랑스러운 애벌레가 있을까요.

 


흑백알락나비애벌레입니다. 등에 나 있는 돌기들의 배열이나 크기에 따라서 이들을 다른 종류의 애벌레와 구분 지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애벌레들 대부분이 먹고 있는 잎의 색깔과 닮았지요? 일종의 보호색이라 할 수 있습니다. 노린재나 새 같은 천적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자신을 지키기 위한 안간힘입니다.

 

 


 

유리창나비입니다. 날개 끝에 투명한 유리창 같은 동그란 무늬가 있어 붙여진 이름입니다. 저 유리창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느낌일까요. 사람세상을 바라보는 나비들의 마음이 궁금합니다. 나는 그네들과 교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함께 모여 풍게나무를 먹는 어린 수노랑나비 애벌레들과 참나무 진을 흡밀 하는 수노랑나비 어른입니다. 수노랑나비는 수컷이 노랑색이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가장 어린 애벌레 때는 옹기종기 모여 있다 커갈수록 각자 흩어집니다. 사람도 나이가 차면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듯이요.

 

이렇게 풍게나무가 품어주는 나비들을 만나보았습니다. 풍게나무를 보며 문득 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지금 누구를. 무엇을. 얼마만큼이나 품어주고 있는지.

나이 들며 나도 풍게나무처럼 좀 더 많은 세상을 너그러이 품어 안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져봅니다. 나와 다른 세상을 사는 존재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수없이 스스로를 짚어보게 됩니다. 삶의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그네들의 삶이나 인간의 삶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이런 사고는 인간 중심주의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일까요. 혹자는 나비가 나비 중심으로 생각하고, 인간이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인간이 만물의 영장임을 말하더군요. 하지만 진정한 만물의 영장이라면 다른 생명들을 너그러이 품고, 그네들의 눈으로 세상을 볼 줄도 알아야하지 않을까요.

 

이 가을, 모든 생명 가진 것들의 행복한 공존을 꿈꿔봅니다.

 

 

#75

숲해설가 :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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